
" 어차피 다 가짜 투성이잖아, 안 그래? "

카와바타 코마 | Kawabata Koma
川羽田 鏡真
이상한 나라의 빌런
일본 16살 Male
169.3cm | 52kg l 4월 6일 l RH+ O형
소지품
손수건
수면안대
어머니가 주신 부적주머니
드러난 한 쪽 눈의 날카로운 눈매에 까만 눈동자, 일자로 다문 입술이 꽤나 날카로운 인상을 주었다. 주변의 시선은 개의치 않는지 수면안대를 썬글라스 마냥 올려 쓰고 있었다. 다른쪽 눈은 눈색과 같은 까만 머리카락으로 가려져 있었다. 길게 기른 뒷머리는 높이 올려 묶었음에도 날개죽지쯤까지 오는 꽤나 길이가 긴 머리카락이었다. 관리는 잘 하는건지 그가 걸을 때 마다 등 뒤에서 흔들흔들 보기 좋게 흔들리곤 했다. 전체적으로 꽤나 가느다란 선에 사이즈가 풍덩한 청 자켓을 입어서 그런지 한층 더 말라 보였다. 새카만 목 폴라티와 청재질의 바지를 보고 누군가는 그가 무채색 계열의 옷을 좋아할거라고 짐작할 수도 있겠다.
머리카락으로 가리고 있던 눈동자는 태양같은 금빛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Keyword :: 무뚝뚝한 , 직설적인 , 현실적인 , 거리를 두는, 수동적인, 불안정한, 인내하는¿
[무뚝뚝한]
" 별로, 좋은 일도 없는데 웃을 필요 없잖아. "
그는 감정 표현이 극도로 적었다. 늘 일자로 꾹 다문 입술에 날카로운 눈매가 무언가 못마땅한 것이 있는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누군가는 그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때때로 까만 눈동자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닐터. 감정 표출을 참는건지, 아니면 표현하는 방법을 잊어버린건지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애초에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적을 뿐 더러 무언가 시끌벅적한 일이 있어도 잠깐 눈길을 두는 정도. 시끄러운 사이에 끼어들 마음 없다는 듯 아무런 말 없이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그가 당황하거나, 웃거나, 울거나, 놀라거나 하는 모습은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무얼 해도 미적지근한 반응이니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상대는 아니다.
[직설적인]
" 똑바로 말해야 알아듣지. 바보들은 돌려 말하면 몰라. "
그는 꽤나 직설적이었다. 자칫하면 무례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자신이 생각한 것을 여과없이 내뱉었다. 선의의 거짓말 같은 개념은 그의 머리속에 들어있지 않은지 툭툭 내뱉는 말은 무딘듯 보이지만 내용은 꽤나 날카로워, 그의 말에 상처를 입는 이들도 더러 있겠다. 하지만 의외로 상대방이 상처 받은것을 인식하면 어설프게나마 나름의 사과를 건넨다. 작은 선물을 던져준다거나, 부탁을 들어 준다거나. 잘 이용해서 뜯어먹자.
[현실적인]
" 받아들여. 머리속에 꽃밭 같은거 들어있어 봤자 소용 없어. "
그는 꽤나 현실을 직시하는 사람이었다. 정의, 우정, 사랑, 희망 같은 단어는 그에게 있어서 허울 좋은 소리밖에 되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자신이 목표로 한 것을 향해 똑바로 나아간다. 눈앞에 닥친 현실에 순응하고, 적응하고 살아 남는다. 그것만이 그가 살아왔던 방법이었고, 앞으로도 살아갈 방법이었다.
그 때문일까, 그는 낙오되는 이들에 대해 냉정하게 반응했다. 적응하지 못한 쪽의 잘못이라고, 면전에 대고 말하는 것도 서슴치 않았다. 누군가 그렇게 심하게 대하지 말라고 그의 생각에 반발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그는 적응을 못한 것은 그들의 몫이고, 그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그들의 몫이라 말할 것이다.
[거리를 두는]
" 그 이상은 말 안 할거야. 알려줄 이유도 그럴만한 의리도 없어. "
그는 좀처럼 다른 이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다가오기 힘든 인상에, 설사 누군가 다가오기라도 해도 묘하게 가시를 세우는 모습에 지금까지 누구도 그와 친해지지 못했다. 때때로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기는 모습이 그 나이대 아이답지않게 어른같은 느낌이 들어서 더 또래가 다가가지 못하는걸지도 모르겠다. 그가 그렇게 타인과 거리를 두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조금만 대화를 나누어 보면 그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눈에 띄게 기피하는 화제가 있으니, 충분히 가까워지지 않았다면 건드리지 말 것. 너무 가까이 다가가려 선을 넘으면 그는 오히려 당신을 밀어낼지도 모른다.
[수동적인]
" 규칙은, 따르라고 있는거잖아. "
그는 꽤나 수동적인 사람 이었다. 좀처럼 자신의 의견을 내놓지 않으며 자신의 가치관과 완전히 반대되지 않는 이상은 얌전히 타인의 의견을 따라 움직였다. 규칙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부당해 보이는 규칙이라도 그는 얌전히 순응하곤 했다. 학교에서 정한 규칙, 집에서 정한 규칙, 사회에서 정한 규칙 등등을 사소한 것이라도 전혀 어기려 들지 않아 누군가는 그가 규칙에 갇혀 사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왜 그토록 규율을 지키는 것에 집착하냐고 물으면, 그는 '그렇게 살아왔으니까.'라고 답했다. 자신은 오히려 자유롭게 내버려 두는 쪽이 불편하다고 진심인지 거짓인지 모를 말을 내뱉기도 했다.
[불안정한]
" ...대신할 것이 생긴 물건은, 버려지는게 당연하겠지. "
가문에서 나를 더 이상 쓸모도, 재능도 없다고 하면, 그래서 버려지면 어쩌지?
어머니가 나를 싫어하게 되면 어쩌지?
무서워, 두려워, 괴로워.
상당히 불안정한 심리상태. 숨기는 것은 익숙하니,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아니면 눈치 챌 수 없었다. 스스로도 계속해서 노른 척 해왔다. 하지만 너무 익숙해져 버린 탓에, 꽁꽁 감싸 숨겨오기만 한 탓에 그의 속은 썩을대로 썩어 있었다. 욕망, 분노, 고통, 불안함, 슬픔, 눈물, 두려움. 그 모든 것을 지금까지 꾹꾹 욱여넣고 살아왔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상태는 마치 터질듯 말듯한 풍선과 같은 상태로, 조금만 더 불안감이 커지면 그가 감당하지 못할만큼 큰 소리를 내며 터져버릴지도 모른다.
[인내하는¿]
" 규칙은 따르라고 있는 거잖아. ......하지만, 하지만 여기서라면.. "
평생을 참아왔다. 숨기는 것도, 참는 것도 익숙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자신을 주시하는 가문의 눈도, 어머니의 속박도 없는 상태. 말 그대로 자유로운,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행동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기회였다. 그에게 있어 규율을 깨는 것은 곧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계를 깨부시는 것. 어쩌면, 이 곳에서라면 그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위험하고 달콤한 생각이 자기 자신도 모르게 그의 마음 한 켠에 작게 자리잡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평생을 묶어온 속박을 끊어낸다는게 그리 쉽지만은 않으면서도.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새가 알에서 나가려면 자신을 감싸고 있는 알이라는 세계를 부숴야 한다고. 어쩌면 그도 앞으로 나아가려면 자신을 가두고 있는 가짜 세계를 부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지.
1-1. ..딱히 취미같은 건 없어.
1-2. ...이것도 취미로 쳐주는거야? 명상, 자주 하는 것 같아.
1-3. .......자는거 아니야. 명상이야, 명상.
2-1. 가족..? 그건 물어서 뭐하려고.
2-2. ...어머니 하나. 그리고.. 쌍둥이 형제 비슷한 것도 하나.
2-3. ...우리 집안 유명하다고 하더라, 퇴마라던가, 그런 쪽으로.
2-4. ..더 이상은 알 필요 없지 않나?
3-1. ..아, 습관이야. 목 긁는거.
3-2. 별로 신경 안 써도 괜찮아. 진짜로 괜찬대도.
4-1. 머리? 글쎄, 딱히 기르는 이유는 없는데.
4-2. ...눈은, 그냥. 이유 없이 조금 가리고 싶을 수도 있지, 안 그래?
4-3. 안대도 그냥. 손에 들고다니거나 주머니에 넣는 것 보다는 이쪽이 편하니까.
5-1. 시끄러운건 싫어. 너 아니라도 귀 아파.
5-2. 비오는 날은 좋아. 빗소리가 다른 소음을 묻어주거든.
5-3. ...다들 예민하다고 하더라. 남들한테 안 들리는 소리라도 듣고 있는 것 같다고.
5-4. 몰라, 귀찮게나 시끄럽게만 안 하면 상관 없어.
...이제 질문은 그만. 더 알고싶으면 나중에 말이라도 걸어 보던가.
그의 기억에 제일 처음으로 남아있는 장면, 눈앞에 서 있는 어머니와 귓가에 울려퍼지는 목소리.
"너는 내 아들인 이상 완벽해야만 해."
그 말은 평생동안 그를 가두는 감옥이 되었다.
카와바타 집안은 커다란 신사를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한 집안이었다. 흔히들 퇴마, 라고 부르는 일을 하고, 신사의 신을 모시는 것을 대대손손 업으로 여겨오며 그 일을 물려받는 것 만이 그의 집안 사람에게 허용된 유일한 일이라고 믿었다.
원래라면 그는 그 집안에 발을 들이지도 못 할 운명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결혼을 하지 않고 그를 임신했다. 아버지의 집안에서는 이 사실을 숨기려 그의 어머니를 쫓아 냈다. 하지만 몇 개월도 채 되지 않아 그의 아버지가 다른 후계자를 남기기도 전에 사고로 숨을 거뒀고, 마땅히 후계자가 없자 유일한 후계자를 임신중인 그의 어머니를 불러 들였다. 그와 그의 어머니는 그렇게 가문의 보살핌을 받게 되었다.
아무리 후계자를 임신중이라고 하더라도, 집안 사람들의 천대하는 시선은 여전했다. 조그만 흠이라도 물어뜯어 어떻게 해서든 그의 어머니를 제발로 나가게 하려 몰아붙였다. 어머니는 그 냉랭한 곳에서 제 편 하나 없이, 혼자서 모든 것을 견뎌 냈다. 이를 악 물고 버텼다. 여기서 쫓겨나면 끝나는 거라고,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망칠수는 없다는 일념 하나로 모든 구박과 핍박을 견뎌냈다. 그가 태어났을 때, 사람들은 그의 한쪽 눈을 보고 괴물이라고 말했다. 당장 내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는 반발했다. 이 눈은 선택받았다는 증거라고, 어떻게 해서든 괴물이 아닌것을, 후계자로서 적합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완벽해지라고, 누구보다 완벽해지라고 그의 귀에 수도없이 속삭였다.
어릴적, 그는 집안의 일을 물려받고 싶어하지 않았다. '신기' 라고 불리는 것이 아버지에게서 물려져 그에게도 있었지만 그는 자신이 그를 물려 받았다는 사실을 증오했다. 밤중에, 누군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늘 주변에서 원망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끊임없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그를 괴롭혀 왔다. 어머니가 주신 부적은 해를 끼치는 것만 막아줄 뿐, 주변에 접근하거나 들려오는 목소리를 막지는 못했다. 두려움에 떨며 어머니에게 가도 차가운 시선만이 돌아왔다.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그래서는 가문을 물려받지 못하고 쫓겨날거라고 물아붙이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다고 바깥에서도 말할 수 없었다. 밖에서 무언가 들린다 같은 소리를 하면 어떤 취급을 받을 지도 뻔히 알고 있었다. 누구에게도이해받지 못했다.
그렇게 평생을 기댈 곳 하나 없이 어머니에게 끌려 살아왔다. 완벽한 인형이 되어갔다. 감정표현이 점점 줄어갔다. 무언가 들려와도 가만 눈을 가리고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 들리지 않는 척 하는 법을 배웠다. 집 밖에서는 왼쪽 눈을 가리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평범한 사람을 연기했다. 누가 보아도 가문을 이어 받기에 완벽한 사람이 되었다. 겉으로는.
하지만 감정을 감추는 방법을 배운 것이지 두려워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쫓겨날까 두려운 마음, 어머니에게 미움 받을까 불안한 마음,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그의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 마음이 아주 미세하게 밖으로 세어나오곤 했다. 그의 할아버지는 귀신같이 그런 모습을 눈치 챘다. 마음속에 두려움이 있는 사람에게는 퇴마를 가르칠 수 없다고, 분명 언젠가 그 빈틈으로 파고들어 그를 집어 삼킬거라고, 그의 할아버지는 늘 그렇게 말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도, 그의 어머니도 조급해져 가기만 했다.
그에게는 이 가문을 물려받을 재능이 없다, 자격이 없다. 후계자를 다시 정해야 한다.
어딘가에서 그런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가 열 두살이 되던 해에, 집안에서는 그가 성인이 될 때까지 교육을 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그와 동갑인 아이, 카와바타 코가를 '예비 후계자'로 들였다. 그가 성인이 될 때까지 퇴마를 배우지 못하면 코가가 대신 가문을 물려받는 것으로. 코가는 재능있는 아이였다. 가문을 물려받으며 재산과 권력도 함께 물려받고 싶어하는 누구보다 야망있는 그런 아이였다. 원령이라던가 혼령 또한 자신의 성공을 위해 밟고 올라가야 할 발판으로 볼 뿐,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늘 그를 보며 조롱하듯이 미소짓곤 했다.
코가의 등장에 코마의 입지는 더욱 흔들렸다. 끊임없이 비교당하고 열등감에 시달렸다. 쫓겨날거라는 생각에, 더이상 자신은 쓸모가 없다는 생각에 좀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던 불안감이 확연하게 드러나 보일 정도였다. 최근 들어서는 혼자 있을 때 마다 곧잘 피가 날 정도로 제 목을 긁곤 했다. 어머니만이 그런 그의 모습을 알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가문에 보이면 어떻게 될지 뻔히 알고 있었기에, 어딘가에 잠깐 숨겨 놓을까 고민하던 중이었다. 그런 때에, 코마의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어머니는 편지가 장난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되든 그를 집 밖으로 내보낼 명분만 있으면 충분했다. 가서 머리좀 식히고 오라는 말과 함께, 그는 쫓겨나듯이 편지에 적힌 장소로 향했다.